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잘 쓰지 말고, 나의 언어로 쓰세요
언젠가부터 자꾸 뭔가 쓰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노트를 펴면 첫 문장부터 막히죠.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남의 언어로 쓰려고 해서입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진짜 이유와, 오늘 밤 세 줄부터 시작하는 어른의 글쓰기 방법 7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왜 자꾸, 뭔가 쓰고 싶어질까
살다 보면 그런 시기가 옵니다. 부모님의 뒷모습이 예전과 다르게 보이고,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랐고, 거울 속 내 얼굴에서 지나간 시간이 읽히는 때. 말로는 다 못 한 것들이 마음에 자꾸 쌓이는 때요. 그때 많은 어른들이 쓰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만납니다. 이건 우연이 아니에요. 글쓰기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정리되지 못한 마음이 출구를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죠. 노트를 폈는데, 첫 문장이 안 나옵니다.
이렇게 문장이 됩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진짜 이유, 남의 언어로 쓰려 해서
첫 문장이 안 나오는 이유를 우리는 재능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막히는 순간 머릿속에는 늘 같은 것이 있어요. 잘 쓴 글의 기준. 어디서 본 근사한 에세이, SNS에서 좋아요를 받던 문장들. 그 기준으로 내 글을 쓰기도 전에 채점하니, 검열에 걸려 한 줄도 못 나가는 겁니다. 쓰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남의 언어를 흉내 내는 게 어려운 거예요. 그러니 해법도 분명합니다. 기준을 버리고, 내가 실제로 쓰는 말로, 나 한 사람을 위해 쓰는 것. 아래 7가지가 그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어른의 글쓰기 방법 7가지
순서대로 따라가면 오늘 밤 세 줄에서 시작해, 언젠가 에세이 한 편까지 이어지도록 짰습니다.
전부 다 하려 하지 말고, 오늘은 1번과 4번만 기억하세요.
1마음가짐, 기준을 버리는 일부터
NO. 01
잘 쓰려는 마음이, 글쓰기의 첫 번째 적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날, 가장 먼저 할 일은 펜을 드는 게 아니라 기준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오늘 쓰는 글은 작품이 아니라 기록이에요. 못 쓴 문장은 지우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초고의 목적은 완성도가 아니라 '마음을 꺼내놓는 것' 하나입니다. 잘 쓴 글은 나중에, 많이 쓴 사람에게 저절로 옵니다.
노트 첫 장에 이렇게 적어두는 것도 방법: "이 노트에는 못 쓴 글만 쓴다."
NO. 02
독자는 단 한 명, 오늘의 나.
글이 막히는 순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독자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누가 본다면, 남편이 본다면, 아이들이 본다면. 그 시선을 전부 지우고 독자를 '오늘의 나' 한 명으로 좁히세요. 나에게 들려주는 글은 검열이 필요 없고, 검열이 없는 글만이 솔직해집니다. 보여주는 글은 나중 문제예요.
"~했다" 대신 "~했잖아, 나야"처럼 나에게 말 걸듯 써보면 문장이 훨씬 쉽게 풀립니다.
2시작, 첫 문장과 분량의 기술
NO. 03
첫 문장은 언제나 '오늘'로 시작한다.
백지가 무서운 이유는 어디서 시작할지 정해지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 정해두면 좋아요. 첫 문장은 무조건 '오늘'로 시작하기. "오늘 점심에 혼자 국수를 먹었다." "오늘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사실 한 줄이면 됩니다. 신기하게도, 사실을 한 줄 적고 나면 그다음 문장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그 국수가 왜 유난히 뜨거웠는지, 전화를 끊고 왜 한참 앉아 있었는지.
첫 문장 공식: 오늘 + 한 일(사실). 감상은 두 번째 문장부터 자연히 나옵니다.
NO. 04
하루 10분, 세 줄이면 충분하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크게 시작해서입니다. 매일 에세이 한 편은 작가에게도 버거워요. 어른의 글쓰기 기본형은 '세 줄 일기'입니다. ① 오늘 있었던 일 한 줄 ② 그때의 감정 한 줄 ③ 내일 바라는 것 한 줄. 이 세 줄은 5분이면 쓰는데, 석 달치가 쌓이면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정확한 '나의 사용 설명서'가 됩니다.
"오늘 회의에서 내 의견이 잘렸다 / 생각보다 오래 서운했다 / 내일은 한 번 더 말해보고 싶다", 이게 완성된 하루치입니다.
3깊이, 감정을 정확하게 쓰는 법
NO. 05
'짜증 났다' 아래에 있는 진짜 감정을 찾는다.
어른의 글이 깊어지는 분기점은 여기입니다. 우리는 수십 가지 감정을 '짜증, 힘듦, 그냥 그래' 세 단어로 뭉쳐 살아요. 글을 쓸 때만큼은 한 번 더 물어보세요. 짜증이 아니라 서운함이었나, 불안이었나, 부러움이었나.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순간 글이 달라지고, 놀랍게도 마음도 달라집니다. 이름 붙은 감정은 더 이상 나를 함부로 흔들지 못하거든요.
"동창 모임 다녀와서 짜증 났다" → 한 번 더 파면 → "부러웠다. 그리고 부러워하는 내가 낯설었다." 뒤 문장이 진짜 글감입니다.
NO. 06
막히는 날은, 필사로 시동을 건다.
아무것도 쓸 게 없는 날이 옵니다. 그런 날은 억지로 쓰지 말고 좋아하는 책의 문장 하나를 옮겨 적으세요. 필사는 글쓰기의 가장 좋은 워밍업입니다. 남의 문장을 손으로 따라가다 보면 문장의 감각이 깨어나고, 옮겨 적은 문장 아래 내 한 줄을 덧붙이는 순간 자연스럽게 내 글로 넘어가게 되죠.필사하는 법은 이 글에 자세히 정리해두었어요.
쓸 말이 없는 날의 공식: 필사 한 문단 + 내 한 줄. 그것도 훌륭한 하루치 글쓰기입니다.
4완성, 끝까지 쓰고, 다음 날 고친다
NO. 07
쓰면서 고치지 않는다. 퇴고는 내일의 일.
쓰다가 앞 문장을 고치기 시작하면 검열이 다시 켜지고, 글은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초고는 무조건 끝까지, 맞춤법이 틀려도 문장이 이상해도 그대로 밀고 가세요. 고치는 일은 다음 날 맑은 눈으로 하면 됩니다. 하루 묵힌 글은 남의 글처럼 보여서, 무엇을 고쳐야 할지 신기할 만큼 잘 보이거든요.
작가들의 오랜 격언: "초고는 뜨겁게 쓰고, 퇴고는 차갑게 하라."
EDITOR'S PICK
"잘 써서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쓰다 보면, 내가 보이기 시작할 뿐."
이제 오늘 밤 실천할 세 줄만 남았습니다.
STICKY NOTE
글쓰기의 목적은 문장이 아니라, 나를 만나는 일입니다.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보세요.
글쓰기 FAQ
글쓰기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잘 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오늘 있었던 일 한 줄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첫 문장은 언제나 '오늘'로 시작하세요. '오늘 점심에 혼자 국수를 먹었다'처럼 사실 한 줄을 적고, 그때의 감정 한 줄을 덧붙이면 이미 글쓰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형식은 세 줄 일기면 충분하며, 도구는 노트 한 권과 펜이면 됩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남의 언어'로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잘 쓴 글, 남에게 보여줄 글을 기준으로 삼으면 첫 문장부터 검열이 시작되어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됩니다. 독자를 '오늘의 나' 한 명으로 좁히고, 내가 실제로 쓰는 말로 적으면 글쓰기의 문턱은 크게 낮아집니다.
글은 매일 써야 하나요?
매일 쓰면 가장 좋지만, 중요한 것은 분량이 아니라 빈도입니다. 하루 10분,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긴 글을 쓰는 것보다 매일 세 줄을 쓰는 쪽이 글도 마음도 훨씬 빨리 정리됩니다. 이미 있는 습관(자기 전 양치, 아침 커피) 뒤에 글쓰기를 붙이면 오래 지속됩니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를 병행하면 됩니다. ① 좋은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 필사로 문장의 구조와 리듬을 익히고 ② 매일 짧게라도 내 글을 쓰는 것입니다. 필사가 입력이라면 글쓰기는 출력이어서, 이 둘을 함께 하면 글쓰기 수업 없이도 실력이 늡니다. 퇴고는 쓰는 날이 아니라 다음 날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글감이 없어요.
글감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였던 순간'입니다. 오늘 하루 중 서운했던 말, 웃음이 났던 장면, 문득 떠오른 옛 기억, 감정이 스쳤던 자리가 전부 글감입니다. 하루를 마치며 '오늘 마음이 한 번이라도 움직인 순간이 언제였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만으로 글감 목록이 생깁니다.
일기와 에세이는 무엇이 다른가요?
일기는 나만 보는 기록이고, 에세이는 내 경험에서 길어 올린 생각을 남도 읽을 수 있게 정리한 글입니다. 순서로 보면 일기가 먼저입니다. 일기 속 문장 중 '이건 남에게도 들려주고 싶다' 싶은 대목이 생기면, 그 한 대목을 넓혀 쓰는 것이 에세이의 시작입니다.
맞춤법이나 문장력이 걱정돼요.
초고 단계에서 맞춤법과 문장력은 잊어도 됩니다. 글쓰기의 첫 목적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꺼내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치는 일(퇴고)은 다 쓴 다음 날로 미루세요. 쓰면서 고치기 시작하면 검열이 켜져서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있나요?
기술보다 태도를 먼저 잡아주는 책이 좋습니다. 스틸당 출판사의 『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이서원 저)은 남의 말과 기준이 아닌 나만의 문장으로 감정과 생각을 붙잡는 법을 다루는 에세이로, '잘 쓰는 글'이 아니라 '나의 언어로 쓰는 글'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
'잘 쓴 글'이 아니라 '나의 언어로 쓴 글'을 시작하고 싶은 분께 권하는 책이에요. 30년간 3만 명의 마음을 들여다본 심리학자 이서원이 "이제 남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 이야기를 하자"며 건네는 인생 수업이자, 글쓰기의 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의 7가지 방법이 기술이라면, 이 책은 그 기술이 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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