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외우기 전에 먼저 원리를 이해하세요: 서울대 공대 아빠의 초등수학 공부법
구구단은 곱셈의 결과를 순서대로 외워 두는 표입니다. 그런데 이 표를 외우는 순간부터 아이는 계산을 자동으로 처리하고, 그 자리에서 생각할 기회를 잃습니다. 구구단을 외우지 않아도 8×9는 8을 열 번 더한 80에서 8을 한 번 빼 72로 구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평범한 아이들은 어떻게 최상위권이 되었을까』를 쓴 이창준 원장은 구구단을 외우게 하는 대신 아이가 직접 표의 빈칸을 채우게 합니다. 그의 학원에서 2025년 시험 대비반에 참여한 학생 전원은 수학 점수가 평균 19점 올랐습니다. 그가 칠판에 그리는 순서와 그렇게 하는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구구단을 외우면 아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
우리 뇌에는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익숙한 동작을 알아서 처리하는 자동화 회로가 따로 있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 다리를 몇 도로 들지 계산하지 않는 것이 자동화 회로입니다.
구구단을 순서대로 외운 아이는 8×9를 만나는 순간 이 회로로 넘깁니다.
이창준 원장은 이 지점을 문제로 봅니다.
"우리가 아이들이 전두엽을 안 쓰게 만들어 놓고, 왜 머리를 안 쓰냐고 합니다."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유형별로 문제를 반복시키고, 공식을 먼저 알려준 다음, 고등학교에 가서 처음 보는 문제를 내밀며 생각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아이들이 억울해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합니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머리 쓰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구구단표, 이 순서로 채우게 하세요
이창준 원장은 수업에서 가로세로 1부터 10까지 격자를 그려 놓고 아이에게 빈칸을 채우게 합니다.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위에서 아래로 차례대로가 아닙니다.
쉬운 칸을 먼저 채우고, 이미 채운 칸에서 이웃 칸을 만들어 나가는 순서입니다.
| 순서 | 채우는 칸 | 방법 | 예시 |
|---|---|---|---|
| 1 | 1단과 2단 | 아이가 이미 아는 칸 | 2×1=2, 2×2=4, 2×3=6, 2×4=8, 2×5=10 |
| 2 | 10배 칸 | 0을 붙이면 되니 가장 쉽다 | 2×10=20, 3×10=30, 4×10=40, 5×10=50 |
| 3 | 5배 칸 | 10배의 절반 | 3×5는 30의 절반 15, 4×5는 20, 5×5는 25 |
| 4 | 9배 칸 | 10배에서 한 번 빼기 | 3×9는 30−3으로 27, 4×9는 40−4로 36 |
| 5 | 4배 칸 | 같은 원리로 5배에서 한 번 빼기 | 3×4는 15−3으로 12, 4×4는 20−4로 16 |
이 순서로 채우다 보면 아이가 스스로 알아채는 것이 하나 더 생깁니다.
8×7과 7×8이 같은 칸이라는 사실입니다.
곱셈의 교환법칙을 설명으로 배우는 대신 표를 채우다 발견하는 셈입니다.
이창준 원장은 채우는 순서 자체보다 채우는 동안의 상태를 강조합니다.
"순서대로 외워야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든 이걸 채워 넣는 그 순간에도 머리를 쓰게 만들고 싶은 겁니다."
그는 이 과정을 연산 훈련이라고 부릅니다.
문제집을 반복해서 푸는 것만 연산 훈련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곱셈 사고력 키우기: 한 문제를 여러 갈래로 푸는 연습
표를 채우고 나면 다음 단계가 있습니다.
하나의 곱셈을 여러 방법으로 풀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창준 원장이 수업과 영상에서 반복해서 드는 예시를 순서대로 옮깁니다.
NO. 01
8 × 9 = 72
8을 열 번 더하면 80이고, 거기서 8을 한 번 빼면 72입니다.
8×9는 8을 아홉 번 더한 것이니, 열 번 더한 값에서 한 번을 덜어내면 됩니다.
아이가 이 경로로 답을 내면 8×10과 8×9의 관계를 함께 갖게 됩니다.
외운 아이는 두 칸을 따로 기억합니다.
아이에게 "8을 아홉 번 더하는 방법이 또 있을까?"라고 물어보세요. 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걸 아는 게 목적입니다.
NO. 02
18 × 9 = 162, 세 갈래로
첫째, 10을 아홉 번 더한 90과 8을 아홉 번 더한 72를 합칩니다.
둘째, 18을 열 번 더한 180에서 18을 한 번 뺍니다.
셋째, 18을 세 번 더한 54를 다시 세 번 더합니다.
세 길 모두 162에 도착합니다.
세로셈만 배운 아이에게는 길이 하나뿐입니다.
길이 여러 개면 하나가 막혀도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창준 원장은 막혔을 때 돌아갈 줄 아는 것이 사고력이라고 말합니다.
NO. 03
37 × 27 = 999
평소에 수를 다뤄본 아이는 37×3이 111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37×27은 111을 아홉 번 더한 999가 됩니다.
세로셈으로 자릿수를 맞춰 쓰는 동안, 이 아이는 이미 답을 말합니다.
이창준 원장은 "아무리 연산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어도 세로셈밖에 못 하는 아이는 이 아이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합니다.
빠르게 하려고 글씨를 빨리 쓰는 것과, 수를 쪼개서 편한 길을 찾는 것은 다른 종류의 속도입니다.
NO. 04
75 × 12 = 900, 방법을 다섯 가지 찾아라
생각루트 수학아카데미의 레벨 테스트 문제는 "75×12를 계산하라"가 아니라 "75×12를 계산하는 방법을 다섯 가지 이상 찾아라"입니다.
75×10에 75×2를 더하기, 12×70에 12×5를 더하기, 75를 두 번 더한 150을 여섯 번 더하기, 60×15로 바꾸기, 75와 12를 각각 5×5×3과 2×2×3으로 쪼갠 뒤 10×10×9로 묶기.
답은 전부 900입니다.
이 문제를 내면 아이들이 손을 들고 자기 방법을 발표하느라 교실이 소란해진다고 합니다. 같은 계산인데 반응이 다릅니다.
NO. 05
1/2 + 1/3 = 5/6, 피자로
같은 방식이 분수로 이어집니다.
이창준 원장은 통분을 가르칠 때 공식 대신 피자를 씁니다.
반으로 자른 것 중 한 조각은, 여섯 조각으로 자른 것 중 세 조각과 같습니다.
세 조각으로 자른 것 중 한 조각은 여섯 조각 중 두 조각입니다.
그래서 둘을 합치면 여섯 조각 중 다섯 조각입니다.
그는 이렇게 다룬 뒤에야 최소공배수라는 이름을 알려줍니다.
"이걸 하려고 나중에 최소공배수라는 걸 배울 거야." 이름이 먼저가 아니라 필요가 먼저입니다.
EDITOR'S PICK
"우리가 아이들이 머리를 안 쓰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STICKY NOTE
순서대로 외운 표와 스스로 채운 표는, 같은 표가 아닙니다.
구구단 FAQ
구구단은 꼭 외워야 하나요?
결과적으로는 외우게 됩니다. 다만 순서가 다릅니다. 수학 학원 원장 이창준은 구구단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암기시키는 대신, 아이가 직접 곱셈표의 빈칸을 채우게 하라고 말합니다. 채우는 과정에서 수의 관계를 익히고 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머리에 남습니다. 그는 '죽을 때까지 구구단을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그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입니다.
구구단을 먼저 외우면 무엇이 문제가 되나요?
아이가 계산을 자동으로 처리하게 되어 생각할 기회를 잃습니다. 이창준은 이를 두고 '우리가 아이들이 전두엽을 안 쓰게 만들어 놓고 왜 머리를 안 쓰냐고 한다'고 표현합니다. 구구단을 외운 아이는 8×9를 '팔구칠십이'로 즉시 답하지만, 원리를 익힌 아이는 '8을 열 번 더한 80에서 8을 한 번 뺐다'고 말합니다. 답은 같아도 그 사이에 생각이 있었는지가 다릅니다.
구구단표는 어떤 순서로 채우게 하면 되나요?
쉬운 칸부터 채우고, 채운 칸에서 이웃 칸을 만들어 나가는 순서입니다. ① 아이가 이미 아는 1단과 2단을 먼저 채웁니다. ② 다음은 0을 붙이면 되는 10배 칸입니다(2×10=20, 3×10=30, 4×10=40). ③ 5배 칸은 10배의 절반입니다(3×5는 30의 절반인 15, 4×5는 20, 5×5는 25). ④ 9배 칸은 10배에서 한 번 빼면 됩니다(3×9는 30−3으로 27, 4×9는 40−4로 36). ⑤ 4배 칸은 같은 원리로 5배에서 한 번 뺍니다(3×4는 15−3으로 12). 순서대로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채워 넣는 그 순간에 머리를 쓰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구구단을 안 외우면 계산이 느려지지 않나요?
이창준은 오히려 반대라고 말합니다. 수를 여러 방법으로 다뤄본 아이는 37×27을 세로셈으로 쓰는 대신 37×3=111을 떠올려 111×9=999로 처리합니다. 그는 '아무리 연산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어도 이렇게밖에 못 하는 아이는 저 아이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초반에는 느려 보이지만 수가 커질수록 격차가 뒤집힙니다.
초등 곱셈과 공부 습관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있나요?
스틸당 출판사의 『평범한 아이들은 어떻게 최상위권이 되었을까』(이창준 저)를 권합니다.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저자가 특별한 재능 없이 시작한 아이들이 성적을 올린 과정을 기록한 책으로, 일상과 공부를 연결하는 6가지 질문과 9가지 습관을 담았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평범한 아이들은 어떻게 최상위권이 되었을까
이 글이 구구단 한 칸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같은 원리를 공부 전체로 넓힌 기록입니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저자가 일상과 공부를 연결하는 6가지 질문과 9가지 습관을 정리했습니다. 아이에게 "확실해?"라고 물어본 뒤 무엇을 더 해줘야 할지 궁금해질 때 이어서 읽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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