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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업계가 참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디를 가도 막내(?)인 거예요. 출판이란 게 답이 없는 결과물인데 막내라는 이유로 중요한 결정에서 배제될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낸 기획들이 통과되지 않고 다른 회사에서 나와 잘되는 경우를 목격했고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회사라는 조직은 합리적이지 않은 구석이 하나쯤은 있잖아요? 다른 회사를 가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리 없죠.
그즈음 이직을 하기 위해 면접도 좀 보고,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봉착했어요. 그리고 제가 만들고 싶은 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죠. 세상의 모든 일이 설득의 과정이겠지만,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고 있더라고요. ‘어떤 책을 내고 싶은가’에 대해서도요. ‘이 책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잘 팔릴까?’를 생각하기 전에 ‘회사에서 통과될까?’부터 생각했죠. 회사에서 원하는 걸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서 제가 원하는 것을 찾았어요. 맞추는 거에는 상당히 여러 가지가 포함되지만 표정이나, 제스처, 태도 같은 것들도 있죠. 소진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마침 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작가님이 있어요. 다음 책을 낸다면 또 저와 하고 싶다는 말로 회사는 시작되었어요.